본문 바로가기
아무말

대학생활, 취업

by SBG° 2023. 7. 9.

보잘 것 없던 대학생활이 끝나가고,
자소서를 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자소서를 써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기계과는 다른 활동 안해도 취업된다는 말을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간 대학 생활을 돌아보니
동아리도 없고, 대외활동도 안했고, 학부연구생도 안했고, 심지어 연애도 안했다(못했다).

학교 다니면서 뭐했냐는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공부하는 게 좋아 도서관에 박혀 살았고,
영화를 좋아해서 불꺼놓고 팝콘을 먹으며 밤을 샜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자주 코노를 갔고,

쇼핑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나가서 돌아다녔고,

게임이 좋아서 수업이 끝나면 방으로 직행했다.

 

아무튼..
4학년이 되었을 때, 내가 가진 카드는 발전소 정비 알바 경험 뿐이었다.

이 경험은, 내가 온실 속 화초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수단이었다. (사실 화초 그 자체인 나..)

딱히 하고 싶은 분야가 없었기 때문에,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발전소 및 플랜트를 취업 방향으로 잡았다.

취업을 위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험에 살을 더 붙이고자 했다.
그래서 플랜트 교육을 들었고,
발전소 기술 관련 연구실에서 졸업논문을 썼다.
이걸론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한수원 인턴을 지원했다.

(물론 이건 써먹지 않았지만, 내 인생 선택 top3안에 든다.)


그러고 나니 자신이 생겼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몇몇 회사에 자소서를 제출하게 되었고(LG화학, 롯데정밀화학, 이수화학, 한국지역난방기술 등..)
서류 합격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자소서 쓰는 과정이 재밌어지기까지 했다.

퍼즐을 맞추듯이 문항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의 고통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

하도 글이 안써져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턴 생활 중 자소서 쓸 때를 빼고는 책만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출근해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고,  밥 먹고 와서  글 좀 쓰다가 졸리면 책 읽고 시간되면 나가서 놀다가 퇴근..
내 옆자리에서 그런 나를 보고 한량이라고 하던 게 생각이 난다..ㅋㅋ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션에 옮겨적었고, 정말 많은 글을 적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랑은 정반대인 책을 보면서 마치 판타지를 읽는 것 같았지만..

 


지원해서 서류탈한 곳은 없었다. 물론 목표를 낮게 잡은 탓이겠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들은 두려웠다. 관련된 활동 하나 없이 면접장에 들어가서 영혼까지 털릴 것이 안봐도 뻔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생활에 조금만 더 충실했다면.. 도전해봤을지도?

 

잘 살아온건지 모르겠다.

뭐...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2) 2023.08.20
삶의 목적  (0) 2023.07.11
일기1  (0) 2023.06.25
사람은 왜 서울로 몰릴까?  (1) 2023.04.01
성공은 무엇일까?  (0) 2022.12.21

댓글